중용(中庸)과 예악사상(禮樂思想)
'중용'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자람이나 넘치는 것이 없는 평정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음악에서의 중용의 정신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간 음역과 느린 속도에서 조금 빨라지는 보통의 빠르기, 조금 더 빠른 속도에서 다시 느려지는 한배의 변화를 지닌 음악이었으며, 꿋꿋하고 평화로운 악상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용하고 평온한 상태에서 사색이 가능하며, 너무 빠르거나 자극적인 음악에서 벗어나 중용의 도가 반영된 선조들의 음악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누리려고 한 것에서 중용의 사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예악사상'은 예(禮)는 질서의 원리를 바탕하고, 악(樂)은 조화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며 음악은 형식이기보다 내면적인 인간의 표현이며, 이러한 음악 수양을 통해 훌륭한 인격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악학궤범에 따르면 사람마다 음악을 듣고 느낀 바가 같지 않음에 따라 소리도 같지 않아서, 기쁜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거세고, 슬픈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애처롭고, 즐거운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느긋하게 되는 것이니, 그 같지 않은 소리를 합해서 하나로 만드는 것은 임금의 인도(引導) 여하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음양오행(陰陽五行)
선비정신
선비는 학문과 인품을 지닌 지성인으로서, 자연과 동화하기 위해 풍류와 시, 그림을 즐기며 풍류방을 중심으로 음악 문화를 형성했던 양반 계층입니다. 풍류라는 것은 자연을 벗 삼아 속된 것을 버리고 운치 있고 고상하게 노닌다는 의미입니다.
선비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인 시조를 대하는 태도를 서술한 글에 의하면 선비들이 음악을 즐길 때, 예술 이전에 도덕성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또한, 거문고는 선비들이 가장 애용하던 현악기로, 조선시대 선비들이 거문고를 가장 좋아했던 이유는 중국의 선비들이 칠현금을 애용한 것에 비유되며, 선비들은 음악을 몸소 익혀 마음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풍류방에서 선비들이 주로 즐겼던 음악은 줄풍류 음악인 '영산회상', 성악곡인 '가곡'. '가사', '시조'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판소리가 사대부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되면서 한문 구가 많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판소리에 사대부들이 즐기던 가곡의 우조 스타일이 도입되어 복잡하고 세련된 시김새를 갖게 되었습니다.
한(恨)의 정서
한국인의 정신에 깊이 뿌리 박고 있는 정서 중에 '한(恨)'이 있으며, 이것은 마음속에 끊이지 않는 깊은 원망과 슬픔의 정서입니다. 민요 '한오백년', '아리랑', '진도아리랑' 등에서는 기층민으로서 사회에 대항하지 못하고 참고 견뎌야 했던 서민들의 슬픔이 가사에 담겨있습니다. 판소리를 주로 부르던 천한 계층이었던 광대들은 오랜 수련을 통해 쉰 듯한 목소리인 '수리성'을 얻게 됩니다.
이 애절한 발성에 슬픈 계면조 가락이 가미되어 판소리에 담긴 '한'의 정서는 매우 깊게 들립니다. 서민들이 중심이 되었던 민속음악에는 힘들고 고단한 삶의 정서가 그대로 표현되어 있지만, '한'의 표현을 통해 삶의 고통을 정화하고, 희망의 원천으로 승화시킨 우리 민족의 강인함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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