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허자(步虛子)
보허자는 고려 시대 중국에서 '낙양춘'과 함께 중국에서 들어온 송나라의 사악(詞樂) 중 한 곡입니다. 보허자는 악기 편성에 따라서 '관악 보허자'와 '현악 보허자로 구분됩니다. '낙양춘'과 함께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당악 곡조로 지금은 거의 향악화 되었습니다. 송나라 사악의 구성은 미 전사와 미 후사로 구분되어 있으며, 미 후사를 부를 때 미 후사의 첫머리인 환두 부분의 가락을 바꾸어 부르는데, 이 형식을 '환두 형식'이라 합니다. 또한, '첫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반복하여 부르는 것을 '도들이' 또는 '환입 형식이라 부릅니다. 보허자의 환입 부분에서 파생된 곡으로 '미환입', '세환입', '우조가락환입'이 있습니다. 보허자는 당악정재인 '오양선'의 반주음악으로 부르던 노래이며, 조선 후기 '진연의궤'와 정재무도 '홀기(笏記)에 의하면 몽금척, 헌선도, 헌천화, 수연장, 연백복지무, 장생보연지무 등의 여러 정재에 사용되었던 반주 음악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 관악 보허자
송나라 사악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나, 가사는 없어지고 성종 이후에 향악화되었습니다. 고려시대에 있었던 옛 '보허자'의 원형을 기악곡화 한 7장 구성의 '현악 보허자'에서 1, 3, 4장을 발췌하여 만든 음악입니다. 관악 보허자의 또 다른 이름으로 '장춘불로지곡(長春不老之曲)이라고도 하며, 황세자가 궁 밖으로 나갈 때나 잔치 음악 즉, 출궁악과 연향악으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고종 때의 진연의궤(進宴儀軌)나 각종 홀기(笏記)에 보면 보허자라는 이름이 반주음악으로 많이 들어 있습니다. 특히 궁중 정재인 장생보연지무에서는 관악 보허자의 1장과 2장 가락에 한문 가사를 붙여서 노래하는데, 이를 '수악절창사(隨樂節唱詞)'라고 합니다. 악기편성은 당피리 중심의 음악으로, 당피리, 대금, 해금, 아쟁, 북, 장구, 편종, 편경 등으로 연주됩니다.
2) 현악 보허자(보허사)
'보허사'라고도 이름하는 현악 보허자는 송나라 사악으로 유입된 옛 '보허자'에서 미 전사 부분과 미 후사의 환두 부분의 가락을 합친 곡입니다. 옛 '보허자'의 원형을 가장 많이 간직한 곡으로, 다른 이름으로는 '황하청(黃河淸)'이라고도 합니다. 현악 보허자의 음악적 기능은 주로 풍류 악이며, 당악이지만 향악화되어 연주되었습니다. 악기 편성은 거문고, 가야금, 양금, 장구 등입니다.
도들이(還入)
'도들이'는 '보허자'의 환입 부분을 6박으로 변주한 음악입니다. 초기에는 '도들이'라는 이름으로 한 곡만 있었으나, '도들이'를 옥타브 위로 올려서 변주하여 만든 음악이 파생되었고, 이후에 원래의 '도들이'와 옥타브 위의 '도들이'를 구분하기 위해 '밑도들이(미환입)', '웃도들이(세환입)'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양 청 가락도들이(양청환입), 우조가락도들이(우조가락환입) 등이 파생되었습니다.
낙양춘(洛陽春)
낙양춘은 보허자와 함께 고려 시대 때 중국에서 들어 온 송나라 사악으로, '보허자'와 함께 남아 있는 유일한 당악 곡입니다. 가사는 보허자와 동일하게 미전사와 미 후사로 나뉘며, 미 전사 다음에 미 후사의 첫 구는 가락을 바꾸는 환두 형식이고, 둘째 구 이하는 반복하는 환입형식이었습니다. 이후, 현재는 가사가 없어지고 기악화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향악화 되었습니다. 낙양춘의 또 다른 이름으로는 '기수영창지곡(基壽永昌之曲)'이라고도 하며, 보허자와 마찬가지로 왕세자의 출궁악과 연향악으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악기 편성은 당피리, 대금, 해금, 장구, 좌고, 소금, 아쟁으로 연주됩니다.
정동방곡(情東方曲)과 유황곡(維皇曲)
'정동방곡'은 태조 2년(1402년)에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태조의 무공을 칭송하는 뜻에서 지은 성악곡입니다. 조선 초기 대부분의 음악은 고려가요의 곡조를 변조하여 만들었는데, 정동방곡도 고려시대의 '서경별곡'의 후렴 가락을 변주하여 가사를 새롭게 바꾸어 부른 곡입니다. '정동방곡'은 세종 때 회례연에도 사용되었고, 이후 경복궁 문소전의 제사를 지낼 때 종헌에 쓰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정동방곡'은 장단이 불규칙하며, 가사가 사라진 당피리 중심의 음악입니다.
'유황곡'은 조선 초기의 음악으로, 고려 시대 때의 '풍입송'의 가락을 일부 변주하여 만든 음악입니다. 주로 경복궁 문소전, 연은전, 소경전에서 제사를 지낼 때 '아헌'에 쓰였던 음악입니다. 현재 전하는 유황곡은 정동방곡과 동일하게 장단이 불규칙하며, 당피리 중심의 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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